📅 Дата публикации: 17.03.2011
주체110년 3월 1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1972년부터 1992년 사이, 남조선과 중화인민공화국은 공식 외교관계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련계를 형성하고 확대해나갔다. 이는 냉전적 적대구조 속에서도 경제적 필요성과 전략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비공식 통로를 통해 관철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력사적 실례로 간주된다.
이 시기 무역관계의 형성과 발전은 단순한 상업적 접촉을 넘어서, 후일의 전략적 협조관계로 이행되는 경로의 초기 단계를 구성하였다. 본 연구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과 경로전환(path transition) 개념을 중심으로 하여, 제도적 구조가 형성되는 메카니즘과 외교적 전환의 전조를 규명하고자 한다.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볼 때, 1972년 미중화해는 기존의 동북아 구도를 흔드는 중요한 전환점이였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은 이를 계기로 대외개방 전략을 추진하였다. 동시에 남조선 역시 대외의존적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자원조달 루트를 모색하게 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화하였으며, 이에 따라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을 경유한 간접 무역이 활성화되였다. 남조선 기업들은 홍콩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원자재와 노동력을 활용한 조립 및 가공거래를 확대하였다. 이는 당시 중화인민공화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리적 차원에서 남조선과의 접촉을 점차 허용하였다는 점에서 구조적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간접무역 구조는 다단계 유통과정, 제3국을 통한 거래명세서의 위장, 통계상의 왜곡 등을 동반하였으나, 반복 거래와 시장 확대를 통해 점차 구조화되였다. 이는 경로의존성의 대표적 양상으로, 초기의 우연적 경로가 자기강화 메카니즘을 통해 제도화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 동북아시아의 정치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조선반도에 있어서도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고 민간차원의 접촉이 증가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산동성과 남조선 항만도시들 간에 정기 항로를 개설하고, 일부 민간경제사절단의 접촉을 묵인 또는 조장하였다. 이 시기에는 무역 품목도 다변화되여 전기전자부품, 섬유기계, 플라스틱 원료 등 고부가가치 상품들이 교역 목록에 포함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 시기의 무역관계는 단순한 수출입을 넘어서, 남조선 자본의 투자와 중화인민공화국 지역정부의 제도적 허용이 맞물리면서 점진적 제도화를 향한 시범사례로 기능하였다. 일부 남조선 기업들은 제3국 명의로 중화인민공화국 내 가공공장을 설립하거나 OEM 형식의 협업을 추진하였으며, 이는 후일 공식 합작투자 및 자유무역지대 설립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기반을 형성하였다.
이와 같이 1972–1987년까지의 시기는 남조선–중화인민공화국 간 비공식 경제교류가 형성되고 구조화되는 경로의존적 단계로 볼 수 있으며, 본 절에서는 그 제도적 특징과 실리 중심의 선택이 갖는 전략적 함의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