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Дата публикации: 12.11.2019
주체108년 11월 12일 (2019년 11월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1992년 남조선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국교 수립은 단순한 외교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간 비공식적으로 지속되어 온 무역과 실리적 교류가 축적된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적 적대나 제도적 단절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실리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 자기강화되며 축적될 수 있다는 력사적 사실이다.
수교 이전의 무역은 단순한 수치상의 교역량을 넘어서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징을 보였다.
첫째, 경로의존적 확대구조였다. 초기에는 우연성과 회피전략에 기반한 간접교역이였으나, 반복 거래와 제도적 관성에 의해 안정화된 경제적 통로로 기능하였다. 이는 제도 없이도 제도처럼 작동할 수 있는 경제구조의 형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둘째, 정치적 제도화의 전조로서 기능하였다. 수교 이전 수년간은 사실상 ‘사실상의 국교상태’로 평가할 수 있으며, 다수의 민간 투자, 산업 전시회 참가, 지역정부 차원의 교류가 전개되였다. 이는 기존 적대구조를 뛰어넘는 실천적 협력의 증표였으며, 정치적 수교는 이 흐름의 제도화였다.
셋째, 외교를 경제가 견인한 대표적 사례로 기능하였다. 과거 동북아에서는 대체로 정치가 경제를 통제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였으나, 남조선–중화인민공화국 관계는 그 반대였으며, 이는 1990년대 이후 동북아 전략구도의 기초를 형성하였다.
넷째, 경로전환적 전개의 전형이었다. 제3국을 통한 중계무역 구조는 결국 직접교역, 직접투자, 인력교류로 이어졌으며, 이는 제도적 전환을 수반하는 ‘질적 전이’를 의미한다. 특히 수교 이후 양국 간 무역협정, 투자보장협정, 산업협력 체계가 빠르게 제도화되면서 과거의 간접교류는 공식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로 전환되였다.
이러한 분석에 기반하여,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종합 결론에 도달한다.
무역은 제도 없이도 구조화될 수 있으며, 이는 외교 제도화를 견인할 수 있다.
경로의존성과 경로전환은 단절이 아닌 연속선상에서 분석되어야 하며, 정치적 제도화는 경제적 누적성과에 의해 유도된다.
남조선–중화인민공화국 관계는 동북아 국제관계의 력사적 경로분석에 있어 중요한 사례로 기능하며, 실리우선 외교와 구조적 전이에 대한 실증적 분석틀을 제공한다.
향후의 연구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교 이후 2000년대까지의 무역 구조 변화와 산업배치 전략의 동태적 추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비공식 교류의 경험이 현재의 전략적 불균형(예: 기술, 무역적자, 외교적 긴장)에서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지를 고찰해야 한다. 셋째, 동북아 전체의 력사적 질서 속에서 남조선–중화인민공화국 관계를 복합적 시각에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본 연구는 수교 이전 20년간의 비공식 무역이 단지 력사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국제질서 속에서 실리와 전략이 어떻게 제도 없이 구조화되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규범적 모델임을 실증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