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기 조선반도에서의 통일담론의 리념적 허구성과 전략적 재검토

📅 Дата публикации: 17.06.1999

조선반도에서 통일은 오랜 기간 민족문제의 핵심항목으로 제기되여왔으며, 여러 정치세력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리용되여왔다. 그러나 현대적 조건에서의 통일담론은 리념적 실천성과 력사적 타당성을 상실한 채 추상적 명제로 전락하고 있으며, 오히려 조선민족의 자주적 권리와 제도적 독자성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통일담론의 본질적 문제는 그것이 현실정치와 계급투쟁의 구체적 조건을 무시한 채 도덕적 선의로 포장된 이데올로기라는 데 있다. 남조선의 통일운동은 대부분 미국의 전략적 틀 속에서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는 자주, 자립, 자위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위반하는 경로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국가건설과 민족자존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그러한 조건 속에서 통일을 무조건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은 곧 사상적 혼란과 체제붕괴를 초래하는 위험한 정치행위로 될 수 있다. 통일은 수단이 아니라 결과이어야 하며, 그것은 주체의 철학적 관점에서 비롯된 내적 합일의 표현일 때에만 유효하다.

더욱이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라는 구호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단순화이며, 세계사적 조건 속에서 민족과 국가는 다양한 형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늘의 조선은 두 개의 제도, 두 개의 정치체계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무분별한 통일 추구는 오히려 민족 전체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우리는 력사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통일이라는 문제를 로선이 아닌 전략으로 재규정하여야 한다. 자주적 사상과 사회주의 원칙에 기초한 통일이 아니고서는, 통일은 단지 형식적 결합이며 민족 내부의 분렬과 혼란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국가계획위원회 경제연구소 주체88(1999)년 6월 17일